2019년 11월 10일 창조절 열한번째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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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상8:12-30, 고전3:10-17. 마12:1-8) 권 의구 목사(군산 한일교회)

“뭣이 중헌디!”, 문제는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영화 <곡성>에 나왔던 인기 대사입니다. 이는 “우리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 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본질이 아닌 비본질적인 것으로 소모되는 우리 인생에 대한 반성이기도 합니다. 신앙생활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구약의 전통 속에서 본다면 장소의 성소인 ‘성전’과 시간의 성소인 ‘안식일’일 것입니다. 성전은 하나님이 거하는 곳이요, 하나님과 만나는 장소입니다. 안식일은 일상의 노동에서 해방을 누리며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날입니다. 이 둘을 잘 지킴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제사장 나라의 거룩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인가에게 허락한 생명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전체제’와 ‘안식일 제도’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는 기제(mechanism)로 작동하였습니다. 처음 성전을 지어 봉헌할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솔로몬은 크게 감격하였습니다. 아버지 다윗이 그렇게 소망했던 과업이요,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는 현장이었습니다. 그감격 속에 솔로몬이 드린 기도는 성전의 본래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상천하지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곳, 하나님의 뜻을 어겨 죄를 범했을 때 돌이켜 회개하면 용서가 임하는 곳, 이방인이라도 하나님의 명성을 듣고 돌아와 간구하면 그를 받아주고 만나주는 은혜의 현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의 성전은 어떠했나요? 이방인들은 이방인 뜰 밖으로 물러났고, 그 곳마저 장사치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곳으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성전을 봉헌할 때의 감격은 사라지고 인간의 탐욕만이 난무하는 현장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차별하고 정죄하는 현장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모습에 격분한 예수님은 성전 앞 장사치들의 상을 뒤엎으셨고, 이 성전을 허물라 하시면서 자신의 몸이 곧 성전이라 하셨습니다. 바울 사도는 이런 맥락에서 성전을 이해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 터전이며,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너희들이 곧 성전(헬, 나오스)이라 말합니다. 이제 성전은 장소적인 개념(헬, 히에론)을 넘어 하나님이 임재하는 현장(헬, 나오스)으로 새롭게 이해되었습니다. 건물과 공간의 개념보다 하나님의 임재가 현실화되는 곳이 성전입니다. 우리가 예배하고 섬기는 교회에는 하나님의 임재가 현재화 되고 있습니까? 안식일도 마찬가지지요. 처음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창조사역을 다한 후에 7일째 안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노예 생활로 고통당하던 히브리 민족에게 출애굽한 이후 주어진 십계명 중 안식일 준수는 중요한 계명 중 하나였습니다. 안식일은 노예를 포함한 모든 사람, 심지어 가축들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피조물에게까지 안식을 주어 생명력을 회복시키려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시대에 안식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람을 억압하고 죄인으로 만드는 굴레가 되었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현실이었습니다. 안식일에 사람을 살리려는 예수님에게 조차 안식일 계명을 어겼다며 죽이려 하였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이라 선언하면서 생명을 살리셨습니다. 안식일에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는 것을 용납하고, 안식일에 죽어가는 자를 치유하면서 생명을 살리셨습니다. 안식일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 그것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왜곡되었던 성전제도와 안식일 제도를 본래의 자리로 회복하셨습니다. 새로운 성전이신 예수님 안에서, 그리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참 안식을 누리며 하나님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생명을 회복하게 됩니다. 참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런 일들로 인해 예수님은 억울하게 십자가에 죽으셨지만, 그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을 만난 주의 자녀들은 다시 일어났습니다. “너희들이 죽인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나님이 그를 다시 살리셨다, 그분이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 주셔서 우리 안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 졌다…..” 외치면서 참 성전을 이루고 참 안식을 누리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바로 초대 그리스도인들이요, 우리가 본 받고 우리 시대에 이루어야 할 교회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뭣이 중헌디”를 물으며 참 복음의 길, 생명의 길, 복음의 길을 걸어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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