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2020년 4월19일, 부활절 둘째주일, 총회제정 장애인 주일/4.19혁명기념 주일>
스바냐 3:14-20 베드로전서 1:3-12 누가복음 24:13-35

한성수 목사 (강동교회)

대구는 6.25, 한국전쟁의 마지막 저지선이었던 낙동강 방어선의 지근거리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칠곡과 왜관이 무너지면 바로 낙동강 지류인 금호강을 넘어 대구가 접수되는 상황 속에서 국군은 필사의 반전으로 북한군을 물리침으로서 더 이상 적의 남하를 막고 인천상륙작전의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그 덕에 대구의 교회들은 전쟁 통에서도 주일 교회당에서 온전히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침입은 전쟁도 비켜 간 대구를 초토화하였습니다. 주일에 교회 문을 닫고 가정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신천지 이단으로 촉발된 바이러스 감염은 대구를 시작으로 이 땅의 모든 교회들이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를 사회적 혐오가 되게 하는 현실을 초래하였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행동강령이 등장하였고, 그것은 신체적 거리뿐만 아니라 마음의 거리를 두게 하였습니다.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니 불신과 편견의 장벽은 높아만 갔습니다. 확진자가 머물렀던 공간은 고엽제가 뿌려진 전쟁터 마냥 인적이 끊어지고 폐쇄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마비되고 영세자영업자들을 비롯하여 일용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재앙수준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목사로서 안타까운 것은 이 원고가 읽힐 때가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오는 부활절은 과연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두려움입니다.

부활은 무엇입니까?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이는 곧 부활은 죽음을 전제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이라고는 1도 남김없이 완전히 죽는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아날 때 그 부활은 참되다 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 중 하나였던 글로바는 길동무로 나타난 부활의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예수님에게 근자에 일어난 십자가 사건을 들려줍니다. 나사렛 예수는 능하신 선지자였는데 사형판결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것입니다. 사흘 째 되던 날 예수를 따르던 여자들이 무덤에 갔다가 시체가 사라진 빈 무덤 속에서 ‘그가 다시 살아나셨다’는 천사의 음성을 듣고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문제는 ‘다시 살아나셨다’는 예수를 본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두 제자의 미련하고 더딘 믿음을 지적하시면서 선지자들이 예언한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눅 24:26)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이런 고난’과 ‘자기의 영광’은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는데, 전자는 십자가 죽음이요 후자는 부활입니다. 고난 없는 영광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난 없이 영광만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사도 베드로는 없어지고 말 것인 유한한 금도 불로 단련을 받듯이, 금보다 귀한 우리의 믿음 역시 갖가지 시련을 통해서 순수한 것이 되어 그 정한 믿음으로 부활의 예수, 영광의 예수를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벧전 1:3-9) 그런데 정금으로 거듭나기 위해 받는 불의 단련은 먼저 내 속에 있는 불순물을 태우는 것입니다. 시련을 이긴다는 것은 나 스스로 내 안에 있는 모든 허물과 욕된 것들을 태우는 참회입니다. 그렇게 내 것을 먼저 태우는 것이 십자가 죽음이요, 그 죽음을 통해서 부활의 예수를 만나고 나는 거듭나게 되는 것입니다.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의 회복은 바이러스재앙을 가지고 온 우리의 모든 허물과 죄악에 대하여 완전히 죽을 때 가능합니다. 예배만을 위한 교회로의 운집은 의미가 없습니다. 내 안의 불순물을 태우는 십자가 죽음 없이는 또 다른 신종(新種)의 재난이 출현하게 될 것이고, 그 때에 교회당에서의 예배는 또 다시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부활 신앙과 함께 나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이 일어날 때, “내가 그 때에 너희를 이끌고 그 때에 너희를 모을지라 내가 너희 목전에서 너희의 사로잡힘을 돌이킬 때에 너희에게 천하 만민 가운데서 명성과 칭찬을 얻게 하리라”(습 3:20)는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