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명의 사도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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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32:9-18, 행 1:12-26, 요 16:16-24

부활절 일곱째주일, 총회제정 도시·농어촌선교주일

이종철 목사(연구위원, 빛과생명교회)

유다가 버린 사도직을 대신할 한 사람을 세워 열두 명이라는 숫자를 채웁니다. 그런데 왜 꼭 열두 명이어야 합니까? 실상 열두 명 모두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어렵게 세운 맛디아는 그의 에디오피아 선교, 예루살렘에서의 순교, 그의 유골이 독일의 트리어에 묻혔다는 것만 교회사의 전설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사도행전은 ‘사도들’의 행전이지만 모든 사도들의 행적을 다루지 않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바울만 두드러집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구지 이 열두 사도의 숫자를 맞추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째, 구약의 계승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신약과 구약을 포함한 66권을 성경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초대교회는 율법의 길을 폐기하고 믿음의 길을 갔습니다. 유대인에서 이방인으로 주류가 넘어갔습니다. 충분히 구약을 버릴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구약은 유대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2세기 중반에는 구약을 폐기하자는 마르시온이라는 이단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초대교회는 구약을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았습니다. 이 선봉에 누가가 있습니다. 누가는 기독교의 뿌리가 구약에 근거함을 역설합니다. 베드로의 설교나 바울의 설교나 스데반의 매우 긴 설교는 대부분 구약 성경 말씀에 대한 해석과 적용입니다. 구약의 계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열둘이라는 사도의 수입니다. 열두 사도는 구약의 열두 지파를 대체합니다. 열두 사도는 유대민족의 경계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시작된 새 하나님의 백성을 상징합니다.

둘째는 교회의 질서입니다.

열두 사도는 교회 권위의 근거입니다. 교회의 모든 권위와 질서는 이들로부터 비롯됩니다. 사도는 예수님의 공생애 동안 함께 했고 부활의 증인이어야 합니다(21-22). 그런 요셉과 맛디아 중 맛디아가 제비뽑혔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사도는 이 열두 명뿐입니다. 문제는 바울입니다. 사도행전에서 바울은 사도입니까? 바울은 서신서 곳곳에서 자신이 사도임을 역설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는 바울을 사도라 부르는 것에 매우 인색합니다. 일단 바울은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했다고는 하지만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에는 함께 하지 않았기에 사도의 조건에 미달합니다. 그래서 누가는 바울을 사도라 직접 부르지 않고 14장에서 바울과 바나바를 함께 섞어 ‘두 사도’(14:4, 14)라 단 두 번만 언급합니다.

누가는 바울을 동행했던 의사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교회의 질서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식적으로 세우시고 교회로부터 그 권위가 인정받은 것은 이 열두 명의 사도 공동체입니다. 사도행전에서 그리는 바울의 모습도 그러한데 바울은 예루살렘 교회의 권위에 순종적입니다. 자신의 회심부터 1차에서 3차에 이르는 선교에 이르기까지 항상 예루살렘에 올라가 선교 보고를 합니다. 사마리아 교회도, 안디옥 교회도 열두 사도들이나 그들이 파송한 사람들이 인정할 때 비로소 교회입니다. 전통과 질서가 바로 설 때 분열이 없습니다. ‘오직 성서’, ‘만인사제론’을 강조하는 개신교는 이런 면에 매우 부족합니다.

셋째는 경고입니다.

하나님께서 유다에게 맡기신 직무가 있었습니다. 유다는 이 직무를 버렸습니다. “이 사람은 본래 우리 수 가운데 참여하여 이 직무의 한 부분을 맡았던 자라”(17) “그의 직분을 타인이 취하게 하소서”(20) “유다는 이 직무를 버리고 제 곳으로 갔나이다”(25) 직무를 버리고 떠난 자의 결말은 좋지 않습니다(18). 하나님께서 주신 직무나 직분은 소중합니다. 사도직은 특권이 아니라 봉사입니다. 우리에게도 직무가 주어졌습니다. 목회자의 직무, 집사의 직무, 부모의 직무, 직업과 사업의 직무, 나라나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직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자신이 감당치 않으면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됩니다. 영광스러운 것을 타인에게 넘기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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